Fun with a Pencil | 앤드류 루미스의 고전으로 연습하기



아마 미술을 전공한 사람 중에 앤드류 루미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세기 초에 활동한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로써 인체드로잉에 관한 바이블의 저자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앤드류 루미스

 

앤드류 루미스 - 나무위키

" 앤드류 루미스의 책은 내 삶과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발전시켜 주었다. (중략)내가 받은 첫 미술 교육이며 이에서 영감을 받은 나는 내 작품을 더욱 사실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내 작품속

namu.wiki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어린시절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환경이 열악했다. 90년대에는 이렇다할 교재가 없었고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미대진학을 위한 수업을 듣는 것 밖에는 없었다. 미대 진학을 일찌감치 접었지만 만화를 그리려고 했다. 그래서 자료를 찾으려고 화방과 책방은 기웃거렸는데, 당시 앤드류 루미스의 책을 샀던 기억이 있다. 아마 Figure drawing 이었을 것이다.

 

이래저래 많이 연습은 못했지만 그의 인체드로잉 책에서 미국의 20세기 초 감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당연히 지금이야 세상이 달라졌다. 인터넷에만 봐도 엄청난 양의 강의가 무료로 만들어지고 있고,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료는 넘쳐 흐른다. 영어를 할 줄 안다면 그 자료는 10배이상 늘어날 것이다. 정보의 접근과 직업 선택의 자유는 당시에 비해 분명히 늘어난 것 같다. 뭐, 너무 많은 가지수 때문에 선택이 어려운 시기기 되었지만...

 

세월이 한참이나 흘러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다시 인체 드로잉을 하다보니 결국 앤드류 루미스의 책과 다시 만났다. 사실 앤드류 루미스의 책은 한동안 일부 국가에서는 저작권이 만료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1959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당시 국내의 저작권법상 작가 사후 50년이 지나서 저작권이 만료 된 것으로 알고 이었으나 미국과 FTA가 체결되며 70년으로 연장되었다. 또한 타이탄북스라는 출판사에서 가족들에게 출판권을 구입하여 2011년 부터 재판을 출판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위키) 어쨋든 서점에 가면 시리즈로 나온 번역본을 살수 있다.

 

국가간 저작권법의 차이 등 애매함이 있으나 인터넷에서 원서로된 PDF 파일이 남아 있기는 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벼래별 것들이 다 올라와 있는 시대니까, 검색엔진에서 찾는 기준으로) 공식적으로는 제삼자에 의한 배포는 중단되있다. 워낙 오래된 고전이라 지금의 시대에 100%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미술의 정석같은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는 듯 하다. 미술 선생님들의 강의에도 인체 비율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종종 등장한다.

 

 

루미스의 상업 일러스트레이션

*ARTSY 링크

artsy에 가보면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볼 수 있다. 가격이 있는 것으로 보아 판매도 하는 것 같다. 20세기 초 미국의 느낌이 물씬난다. 

 

루미스는 상업 일러스트 레이터였기 때문에 인체드로잉에 있어서 실용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캘로그 콘프레이크 같은 기업의 광고를 그렸다.

 

인체드로잉 책에서는 어느정도 해부학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그것이 주된 내용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프로의 작품처럼 그리기 위한 과정을 보여준다.

 

FUN WITH PENCIL

이책은 루미스의 1939년 출판한 책으로 첫번째 교재다. 우리나라에는 알기 쉬운 인물 일러스트라는 이름으로 번역본을 판매하고 있다.

 

*예스이십사 링크

 

알기 쉬운 인물 일러스트

명불허전, 앤드류 루미스의 첫 번째 저서-알기 쉬운 인물 일러스트잘 나가던 상업미술 화가였던 앤드류 루미스가 처음으로 집필한 미술 교육서이다. 앤드류 루미스는 이 책으로 명성을 얻게 되�

www.yes24.com

처음에는 그도 이게 미술의 정석이 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의 책이다. 제목 자체가 FUN WITH PENCIL 이다. 번역하면 '연필로 놀기' 정도 일 것이다.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을 했던 그였으니까 보수적인 미술가들에게 팔려고 쓴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미술도 혁신을 하고 있던 터라 반응이 괜찮았는지 그 다음에는 Figure Drawing for all it's worth 라는 책을 낸다.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전공자는 한번쯤 이 책을 다 거쳐간다고 한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도 이 책을 다 보는 것 같다.

 

이 포스트에서는 그의 첫 저서인 FUN WITH PENCIL 을 리뷰한다. 미술이나 애니메이션 전공자는 아니지만 상관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 써있는 것 처럼 HOW EVERYBODY CAN EASILY LEARN TO DRAW >> '누구나 드로잉을 쉽게 배울수 있는 법' 이라는 것을 보면 이것은 비전공자 용인 것이 확실하다. (전공책도 이런 책이 좋더라) 거의 100년도 전에 제목짓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네,,, 나름 이 시대에는 어그로 아니었을까? 요새는 제목을 못지으면 책이 안팔린다.

 

HOW EVERYBODY CAN EASILY LEARN TO DRAW

책의 내용

 

약 120 페이지 정도에 대부분은 작화법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설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따라 그리면 된다. 서두에 루미스가 이야기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리는 법을 잘 모를때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린다 = DRAW로 해석) 원시인들이 동굴에 벽화를 그렸던 것도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건 엄청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다. 더 잘그리지 못하는게 아쉬울 정도다.

 

루미스는 원을 그릴 줄 알면 이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한번 그려보자.

 

원 그리기

그의 말을 따르면 원을 꼭 잘그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휘어진 원도 괜찮다고 한다. 예를들어 이렇게 

 

휘어진 원

좀 균형이 안맞아도 괜찮다. 재미로 그리는 것이니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루미스의 말에 동의한다. 원을 잘그리는 것과 못그리는 것의 차이가 뭘까? 아마 손의 감각의 차이일 수도 있고 연습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또하나는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원은 이런 형태여야 한다는 사람 마음속 감각이 있다. 그 기준에 들어가는가? 자신이 그렸을 때와 타인이 그린 것을 보는 것의 차이도 있다. 책의 시작부터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음... 이것 조차가 재미있다.

 

원 그리기2

다시 한번 원을 본다. 예를들어 왼쪽은 잘생긴 원이다. 비례가 컴퓨터가 그린 원과 거의 흡사하다. 중간의 원은 못생긴 원이다. (LOSIDED CIRCLE) 못생긴 돌맹이 같이 생겼지만 그래도 원이라고 인정해줄 수는 있다. 시험지 채점할 때 저런 원으로 표시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오른쪽의 원은??? 원은 원인데 타원같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원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잘생긴 원과 못생긴 원의 중간 정도 일 것이다. 원을 그리라고 하는데 오른쪽 원 같이 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줄 안다. 본능적이건 후천적 학습에 의해서이건 할 수 있는 것이다. 할줄 아니까 재미있고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루미스의 말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그의 시대는 20세기 초 컴퓨터 같은 것은 몰랐을 것이다. 21세기에는 '디지털드로잉'이라는 것이 있다. 컴퓨터가 그려주는 작업량이 상당하다. 아직도 '직선을 그릴줄 몰라요'(I COULDN'T DRAW A STRAIGHT LINE,')라는 옛날 개그로 유튜브에서 드립을 치는 영어사용자들도 있다.

 

루미스는 당시에 이렇게 말했다. '직선을 그리고 싶다면 자를 대고 그리세요' 요즘 말로는 '페인터에서 직선기능을 사용하세요!' 이다. 직선 뿐아니라 아주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즐겨보는 웹툰은 빨리 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에서 보는 것 처럼 컴퓨터는 정확한 것을 참 잘 한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컴퓨터의 정확도는 따라잡을 수 없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 처럼 뭔가 인간이 잘하는 거 하나를 뺏긴 기분이다.

 

일러스트레이션에이지에서는 심지어 그림을 연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등장했다. 아 물론 연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거저 얻어진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글을 읽어보면 기획이나 다른 부분들의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찬반이 갈리는 내용이지만 루미스의 시대에 비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루미스도 당시 전통적 예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까 의문이다. 그가 미술을 너무 상업과 재미의 관점에만 포커스를 둔 것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어쨋든 현재 우리는 그의 교재를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일러스트 에이지 - 연습할 필요 없어. 

 

You Don’t Need to Practice

Visit the post for more.

illustrationage.com

책의 내용을 크게 요약하면 대체적으로 인물을 그리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루미스가 쓴 나중의 교재들은 대체로 사실적인 인물을 그리는 법인데 첫 교재에는 카툰 스타일을 많이 채용했다. 카툰 스타일이 일반인에게 그리기 쉬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책의 후반부엔 현실적인 인물 묘사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야 깊게 들어가면 끝도 없는 부분이지만 일단 인물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얼굴을 그려야 하고 몸을 그려야 한다. 특히 얼굴을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매우 설명이 좋다. 처음에 언급한 원을 그릴 줄 알라는 말은 공을 그린다는 말이다. 공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서 그릴 수 있으면 얼굴을 그리는 것은 쉽다. 프로의 드로잉과 일반인의 드로잉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고 한다.

 

공그림

공은 어디서 봐도 원이다. 농구공이나 비치볼 처럼 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3D로 회전시켜 보자. 선을 그어준다. 이 부분이 조금 어렵다. 원을 3D화 해서 그릴려면 안보이는 뒷면의 곡선도 상상하며 그려야 한다. 완벽하게 그리는 것으 어렵지만 어느정도 이쯤이 되겠다 싶은 곳에 곡선을 그려본다. 이 곡선도 2D화면에서는 원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려본다.

 

공을 그려봤다면 다음은 얼굴을 그려볼 차례다.

공을 사용한 얼굴

사람의 얼굴은 공보다 조금 길다. 머리를 공이라 하고 하관을 붙인 형태가 된다. 공으로 구도를 잡아놓고 시작하면 입체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 루미스의 책을 보고 감탄했던 것은 이거였다. 사람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처음 알았다. 지금이야 워낙 3D 그래픽이 발전해서 좀 의미가 다르지만 어쨋건 사람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입체감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것은 지금도 놀라운 사실이다.

 

나머지는 여기에 살을 붙이면 된다. 도형위에 레이어를 하나 열고 그림을 그린다.

 

도형위에 그리기

 

옆모습이나 정면을 그리는 것보다 대각선을 그리는것이 훨씬 어렵다. 아무래도 공의 축을 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냥 초보자에겐 그냥 그리는 것 보다는 비례감이 더 있다.

 

채색하기

디지털드로잉의 장점은 색상칠이 쉽다는 것이다. 루미스 시대에 그림에 색을 입히려면 물감을 써야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클릭 한번에 뚝딱 채색이 된다. 또 레이어를 바꿔가면서 여러개의 색상 버전을 만들수도 있다.

 

확실히 채색에 따라서 캐릭터가 더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루미스는 도형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 했는데 모든 사물은 다양한 모양의 도형의 합체한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사람의 팔과 다리는 원통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도형 그리는 것을 연습하면 모든 사물을 다 그릴 수 있다고 한다. 3D그래픽의 원리도 폴리곤이라 부르는 다각형을 이어 붙인 것이니까 원리는 동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컴퓨터에서는 폴리곤의 수가 많을 수록 세밀하게 표현가능하다. 훈련된 미술가도 사물을 우선 큰 도형으로 보고 세부적인 것들을 그리면서 세분화 하므로 비슷한 원리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반인은 세부적인 것을 놓치는데 미술가는 머리속에 생각하는 폴리곤이 더 많고 숙련되어 있어서 더 빨리 표현할 수 있다.

 

도형을 조합

 

여기까지가 FUN WITH A PENCIL의 초반부이다. 100페이지 남짓 하니까 연습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교보문고 매장 검색에 보니 번역판도 아직 팔고 있다. 온라인에도 팔고 있으니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인물화를 좀더 깊게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제목과는 다르게 쪼오금 난이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쉬운 것을 그리려면 요새는 다른 옵션들은 많이 있다. 다만 고전이기 때문에 추천할 수는 있다. 이 책을 거쳐간 미술학도들도 꽤 될테니 이야기 거리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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