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드라마 리뷰 - 대기업에 살아가는 사람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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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영화와 드라마/넷플릭스 리뷰 | 2021. 7. 5.
미생 드라마와 웹툰
미생 드라마는 윤태호 작가의 다음
웹툰 '미생' 을 원작으로 합니다.
2014년에 TVN에서 방영했습니다.
당시 본방사수 하며 봤던 드라마인데
미생을 보고 난 후 퀄리티와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TVN에서 하는 드라마는
종종 보게 되었습니다.
원작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한국 만화계 원로인 허영만 작가님의
문하생 출신으로 미생 이전에도
야후, 내부자들이 영화화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윤 작가는 주로 시사물 등 한국의 사회적
문제나 방향성에 대한 치밀한
자료수집으로 극화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실적인 대사와 디테일한 묘사에
탁월합니다.
특히 미생은 그의 자료수집과 인터뷰가
크게 빛을 발한 작품으로
극중 나오는 원 인터낼셔널은
대우 인터내셔널을 모델로 대기업의
상사에 다니는 직원들을 인터뷰 해서
각본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웹툰부터
모두 봤었는데 회사의 일상적 대사나
회사의 내부정치, 거래처와의 갑을 관계,
정규직과 계약직의 생활 등을 묘사할 때
매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크게 공감할 수 있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윤태호 작가는
한번도 회사생활을 해본적이 없고
오로지 자료수집과 인터뷰로
대사를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윤태호 작가가 데뷔한 90년대 중반은
웹툰 같은 것도 없었고
오로지 유명한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월급을 받지 않고
잠만 재워줘도 감사히 생각하며
도제식으로 그림을 배우던 시기입니다.
만화 작가는 지금에야 웹툰 판권으로
돈도 많이 벌고 대우도 받지만
당시에는 골방에 처박혀서
사회와 단절하여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는 그림쟁이라고 부르며
사회적으로 천대했습니다.
그런 그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며 세계를 누비고
온갖 경험을 다 겪는 상사직원의
희노애락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천부적 재능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만화 작가도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생은 작가 본인이 글과 그림을
다 작업했습니다.
원작의 가치는 대기업 직원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가장 큰 공신중 하나인 상사를
소재로 삼은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들어 맞았습니다.
사실 극화보다 더 극적인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의 발전 과정입니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면
행복할 것 같지만
삼성, 현대, SK같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10년을 버티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한주를 버티는 것이 힘든 직장도 많음)
이제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한 직장에서 정년 퇴직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은 없습니다.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그걸 믿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생은 그런 현실을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최선을 다하지만
계약직이라서, 지방대 출신이라서,
여자라서, 엄마라서, 나이가 어려서,
나이가 많아서, 상사를 잘못만나서,
운이 나뻐서,
등등 수많은 시덥잖은 이유로
사회의 차별을 견디며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드라마가 더 좋았던 점은...
웹툰을 보다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더 감정이입이 잘되고 회사의
긴장감이 잘 표현되 있어서
마치 회사에 출근한 기분이 듭니다.
당시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한번 더 출근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 원 인터내셔널 건물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과 야경, 요르단 현지 로케
촬영으로 뛰어난 영상미가 있습니다.
TVN 드라마는 뭐랄까 색감도 좀
푸른 느낌이고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TVN이름을 달고 나오면
외주로 제작하더라도
기존 지상파 방송국의 드라마와는
뭔가 모를 영상미가 있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대략적 줄거리
주인공 역인 장그래는 바둑기사가
되기 위해 바둑을 두었습니다.
남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취직준비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바둑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바둑을 두던 아이가 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쓸한만 기술이나
지식이 하나도 없이 사회에
맨몸으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흔히 경쟁력이 약한 지방대생은
취업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이 장그래는 그조차도 못한 것 입니다.
가난한 집안에 홀어머니가
계시지만 다행히 친척의
인맥을 통해서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 기회가 주어집니다.
사실 이것은 좀 걸렸는데요.
입사시험에서 SKY 출신에
고 스팩을 갖춘 다른 신입사원과
함께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2014년에는 모르겠는데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계약직과 정규직은 애시당초
원서접수를 따로 받고
직무 자체가 다른게 보통인데요.
요새는 신입을 인턴으로 뽑아서
수습기간을 몇개월 주긴하는데
어차피 인턴도 계약직 인턴과
정규직 인턴이 나눠지는게 정상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입사시에 결정되기 때문에
장그래가 향후 신입 동기가 되는
장백기, 안영이 등과 함께
입사시험을 보는 일은...
뭐 있을 수는 있겠으나
신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중에서 처럼 친해지기는 힘듭니다.
극화니까 이런 것에 너무 디테일하게
확인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워낙 미생이 유명하다 보니
한번 짚어 봤습니다.
장그래는 결국 2년의 계약직 생활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합니다.
이것도 많은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이유같은 것도 잘 알 수 없었을 겁니다.
현실에서 보면...
정규직 전환도 처음부터 시켜줄 생각이
없었던 경우도 있었고
하다보니 마음에 들어서 정규직을
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여직원으로 두면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정규직으로 올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기업은 공기업이나 공무원에 비해서
대체적으로 노동의 환경이 열악하지만
사사로울 사(私) 자의 사기업이므로
사사로이 처리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나쁜게 아니라 원래 사기업 자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사적인 기업입니다)
장그래의 경우는 워낙 대기업이다 보니
직원들의 수준 자체가 다들 높아서
2년이란 시간안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또 기존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검정고시 출신 낙하산 계약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불편한 사실이지만
아무리 채용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게 흐름이긴 하지만
학벌와 연고 등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고요,
이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교육 자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차별은
남아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차저차 상사에 신입으로 입사한
장그래는 오상식 차장의 영업3팀에서
동거동락하며 회사에 적응해 나갑니다.
드라마는 총 20화의 에피소드로
각 에피소드 마다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장그래가 직장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들 뿐만 아니라
영업3팀과 주변 팀원들이 겪는
어려움 혹은 여자라서 겪는 차별,
엄마라서 겪는 문제,
회사 직원의 비리 문제,
임원들의 권력 다툼 등
정말 회사를 다녀봤으면
한번씩 느꼈을 만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생의 1화에서는 장그래가
요르단에서 업자를 추격하는
액션씬이 나오는데 원작 만화와는
다르게 구성한 부분입니다.
장그래가 갑자기 요르단에 간 것은
영업3팀의 오차장과 김부장이
설립한 중소기업의 직원으로
도망간 업자를 추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때는 머리스타일도 바뀌고
눈빛도 매섭게 변하는데요.
영업3팀에서의 2년의 시간 동안에
수많은 경험으로 단련되서
이제 두려울게 별로 없는지
요르단 시내에서 멋진 추격씬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마지막 부분인 장그래의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것 입니다.
누군가 노동법을 만들어서
계약직이란 이름으로 사람을
2년간 마음대로 쓰고
내보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계약직 법을 제정할 때 이제
회사는 돈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약직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오히려 지금은 한국사회의
엄청난 부담이 되버렸죠.
또 정규직인 사람들도 언제라도
계약직의 신세가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게 합니다.
정규직이나 계약직이나
비슷한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똑같이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장그래의 원 인터내셔널에서의
모든 모험은 이 계약직이라는
비정상적인 노동법에서 시작된 것 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미생을 보면서
당연한 것이 되버린 장그래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그래의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장그래의 직속 상사인 오상식 차장은
중소기업을 차려서 나가고
장그래는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으로
이직합니다.
현재 윤태호 작가는 다음 웹툰에
미생 시즌 2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즌2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장그래의 모습을 그리는데요.
미생 시즌1이 대기업에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시즌2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즌1이 더 스케일이 크고
좀 대중들이 동경하는 회사였다면
시즌2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TVN에서 조차 인정한
미생 시즌2에 비견할 만한 웹드라마가있는데요.
바로 유튜브 채널 '이과장의 좋좋소' 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무대는 대기업이고
웹드라마 좋좋소의 무대는 중소기업인데
이를 기획한 이과장 자체가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경험하고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군대가지 전에 진짜 사나이를 보고
대기업 입사하기 전에 미생을 보라고 했는데
중소기업 입사하기 전에는 좋좋소를
봐야합니다.
뭐 언젠가는 미생 시즌2가 나오고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그리겠지만
사실 시즌1 보다는 인기가 없을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윤태호 작가도 미생 1을 완성한 후
팔목 부상의 장기화로 연재속도가
많이 느려졌고 (2013년에 시작했으니까)
대기업은 다니는 사람이 적고
스펙타클한 액션이 있어서 재미있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의 일터이고
짜잘찌질한 일상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인 재미가 떨어집니다.
차라리 웹드라마 좋좋소 처럼
중소기업의 패러디 느낌으로
가는게 더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좋좋소는 이과장님 빠니보틀 등
일반인들이 만든 컨텐츠이지만
실제 연극과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좋좋소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고
왓챠에서 확장판이 있다고 합니다.
총평
대기업 뿐만 아니라 공무원 등
어떤 큰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조직에서 오랫동안 굴러본
어른들에게도 많은 공감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아직 사회에 나오기 전의
학생들도 대기업은 이런 분위기다
라는 것을 알게되면
저게 진짜로 좋은 인생인가
한번 쯤 생각해 보고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상도
분위기가 별로 좋은 곳이 많지 않습니다.
회사는 개인이 가진 생각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이윤 추구의 극대화라는 원리로
돌아가는 곳 입니다.
학생중에는 회사가 나의 꿈을 펼치는
곳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꿈을 펼친다는 말도 좋게 말해
틀린말은 아니긴 합니다만
일단 회사가 나를 채용하는 이유는
회사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입니다.
내 꿈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가 그 회사에 나의 꿈을
맞추면 좋겠지만...
극히 드문일입니다.
회사는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의 생활이 안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월급을 주고
신원에 대한 어느정도 보증을 해주는 겁니다.
(이것도 중견기업 이상 되야
은행에서 의미가 있음)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회사는 웬만하면 다니지 말아야
하는 곳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또 4차 산업이 발전하면 할 수록
기업은 계속 인력을 줄이려고 할 것 입니다.
원 인터내셔널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영업을 하고 계약을 하고
실제 제품을 보내거나 받은 후
정산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서류적인 일과 계약일의 경우
미래에 AI와 블록체인 시스템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죠.
2014년의 미생에서 보는 사무실 풍경과
2025년 2030년 미생의 풍경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사람 수가 반으로 줄어 있을지 모릅니다.
장그래가 시스템이 대체하기 힘든
작은 회사로 이직한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장그래도 끓임없이
변해야 겠죠.
미생은 물론 극화의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생은 기본적으로
공감대를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20개의 에피소드에서
우리사회 근로자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면
원작인 웹툰 미생도 추천할 수 있습니다.
미생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TVN 채널 Diggle 에서
전 에피소드 라이브 스트림을 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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