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 리뷰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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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영화와 드라마/고전 영화 리뷰 | 2021. 8. 1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원작은 이문열 작가의 1987년 단편소설입니다.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에서 독재권력에 휘둘리는
어른들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독재 시대를 겪고있는 한국인들의
가슴에 울림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1992년 8월15일 광복절에
개봉하였으며 당시 관객수 집계
시스템이 없어서 몇명이 봤는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호평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원작의 내용은 독재권력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아직 군인 출신
노태우 대통령의 임기중에
개봉하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도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 해 12월에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하여 이와 같은
독재권력에 대항하는 민주시민
이라는 주제는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의식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존중에 대해서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당시는 독재권력과 강한 중앙정부에
의한 경제개발이 최우선적인
국가의 과제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자유분방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이문열 작가의 원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메세지 적인 측면에서는
영화가 더 대중적인 연출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영화니까 더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겁니다.
90년대는 지금과 달리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이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처럼 매체가 별로 없었으니까
이렇게 단편소설 같은 경우는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젊을 때 부터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서점에 가면 이문열의 베스트셀러는
항상 볼 수 있었죠.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대중이 독재권력에 굴복하는 과정과
설령 대중들이 그 권력에서 우연히
해방되었다 하더라도 민주시민의
의식을 가지지 못한 상태라면
여전히 비판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이 영화의 예술성은
어떤 특정한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아비판 없이
잘못된 방향으로 권력을 사용하면
언젠가 그 권력으로 인한
화를 입을 것이라는
권력의 진실을 묘사하는
디테일함에 있습니다.
특히 집단 교육을 받는 국민학생(초등학생)
아이들의 순진한 모습속에서
어른들의 마음을 발견하고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끼게 되는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가 주는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권독재의 압재가 견고할 때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동급생이 부당한 일을 당해도
가만히 있거나 그 행위에
무비판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은
이제는 민주적 권리가 향상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지금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겐
이상하게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들이 따르는 권력은
선생님 뿐만이 아닙니다.
학급의 짱, 일진 이런 세력은
형태는 바뀌었지만 지금도
그 개념을 가지고 있죠.
사람이 모이는 곳 이라면
어떤 방식이던지 권력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입니다.
돼지나 닭등의 군집동물도
풀어놓으면 그 안에서 서열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사회성과 권력관계는 IQ가 높은
고차원적인 동물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식인 아이들의
사회는 말할 것도 없겠죠.
영화의 내용
영화의 줄거리는 서울에서 자란
한병태가 부모님의 일로 시골의
조그만한 국민학교로 전학오면서
시작이 됩니다.
병태의 태도로 봐서는
그리고 작가의 원작의 내용도
아무래도 서울이란 곳은
시골보다 더 세련된 도시
그리고 개개인의 의식이
더 발달되어 있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이 작은 시골학급에는 강력한
독재자 급장 엄석대의 규칙에
따라 돌아가고 있습니다.
엄석대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선생님에게 각종 권한을
위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엄석대 왕국의 룰은
간단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아이들은 병태에게도
급장의 물당번 등의 일을
시킵니다.
서울의 학교생활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병태는 홀로 저항을 해보고
선생님께 도움도 요청해보지만
결국 엄석대의 철권통치 앞에
굴복하게 됩니다.
엄석대는 서울에서온 병태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병태에게도
권력을 나눠주고 병태는
과거 저항했던 시절을 잊고
그 작은 권력을 아이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의 병태는 비판적인 민주시민의
기질이 있었지만 어느샌가
엄석대가 준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서 철저히 권력을 누리고
엄석대의 왕국을 견고히 만들기
위해서 더욱 노력합니다.
어느새 그의 왕국에 동화되어
있었던 것 입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새로운
담임 김 선생(최민식 배우)이
부임하게 됩니다.
김선생은 엄석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급에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결국 추궁을 통해
엄석대가 가진 권력들의
실체를 알아내고
그를 위해 시험대필 등
각종 부정과 비리가
행해지고 있음을 밝혀냅니다.
모든 증거를 밝힌 김선생은
엄석대를 엎드리게 한 후
몽둥이가 분질러 지도록
엉덩이를 때리는 체벌을 하며
그의 자백을 받습니다.
철권의 통치자로 군림하던
엄석대가 김 선생에 의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자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정권이
바뀌었음을 감지했습니다.
김 선생이 그동안 엄석대의
잘못에 대해서 1번부터 한명씩
말하라고 하자 연필을 빌려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며
줄줄이 엄석대의 악행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이 학생들의 긴장과
갈등이 해소되는 클라이막스인데
우리의 뇌리속에 남는
강렬한 장면 묘사가 예술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김선생에게
권력을 잃어버리고 무릎을 꿇은
엄석대에게 동정이 아니라
비난을 보냅니다.
*아이들:
'저 새끼 순 나쁜새끼에요'
*한병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저는 잘 모릅니다'
*반아이:
'아니에요 선생님
저 새끼가 제일 잘 알아요'
*병태의 친구 영팔:
'니네들도 나뻐!' (하며 울음을 터트린다)
김선생은 아이들 전체에게
책상위로 손을 들고 올라가게 한후
손바닥을 때리는 체벌을 합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도 꽤 흔한 체벌이었음)
이는 너희들의 잘못에 대한
댓가를 받아라 라는 김선생의
훈육이었습니다.
이 때 학교의 선생님들이
복도에서 체벌을 받는
아이들을 바라보지만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아무말 없이 지켜보기만 합니다.
이 선생님들은 엄석대를 모범생으로
알고 감싸주며 초기 한병태의
소원수리 등을 무시해서
엄석대의 철권통치가 되도록
방치한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엄석대는 상위 권력인
선생님들에게 깍듯이 대했다)
김선생은 아이들에게 급장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발언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모든 것인
엄석대 왕국이 상실되었음을
깨닫고 그는 분노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뛰쳐나가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느밤에 학교 교실에 들어와
누군가 기름을 붓고 화재를 일으킵니다.
엄석대의 시대는 사라지고
어른이 된 한병태와 친구들은
은사의 장례식장에 모입니다.
(첫번째 선생님의 장례식장)
병태는 서울에서 의젓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초반 씬에서 서울의 유명
입시 영어 강사로 보임)
엄석대의 왕국을 몰아내고
아이들에게 민주의 가치를
가르쳐준 김 선생님은 국회의원이
되서 나타났고 병태는 친구 영팔
(니네들도 나빠)과 함께 빈소의
밤을 지세웁니다.
병태가 기다린 것은 엄석대였습니다.
그러나 엄석대는 한다발의 조화를
보내오고 직접 오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는 조직폭력배 보스가
되었다는 설정인데 아쉬워 하며
병태는 장례식장을 나섭니다.
병태는 엄석대를 10년이나 넘게
만나지 못했지만 그가 경험한
사회는 엄석대의 철권통치 시절
5학년 2반과 별다를게 없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병태의 마지막 독백은
'오늘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그의 그늘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솔직히
확신할 수 없다'
라고 하면서 영화는 끝이납니다.
감상과 비평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본 후
성인이 되서 다시 보니
그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옵니다.
병태의 친구 영팔은 약간
머리는 나쁘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학생입니다.
그도 엄석대의 왕국에서
살아갔지만 마지막에
'너네들도 나빠' 라는 대목에는
울음을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권력의 희생자이지만
동시에 독재의 협력자이기도
했습니다.
독재자는 밑에 수하가 없이는
권력의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웃을 버리는
대중의 속성에 대한 따끔한 비판입니다.
어떤 특정 당에 해당하는게 아니라
여당이건 야당이건 보수건 진보건
권력만 잡았다 하면 자신의
신념을 쉽게 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권력의 잘못도 감싸주는
대중은 항상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5학년 2반은 병태의 마음속에
반복되고 있지만
30년이 지난 2021년에도
어디선가 반복이 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는 권력자체가 가진 속성에
대한 깊은 고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문열 작가는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그의 깊은
통찰력이 영화로 잘 연출된 작품입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엄석대 역의
홍경인 배역인데 우리가 경험하는
급짱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좀더 덩치 크고 사납게 보이는
배우였으면 좋았을 텐데요.
물론 홍경인은 이 작품 이후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었고 90년대를 풍미한
청년 스타였습니다.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좀더 거대하고 강한 학교의 짱들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고전 영화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뭐 흠잡을데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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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화는
한국영화 사료관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유튜브에서
풀 버전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